[방콕세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타이항공, 파산법인 회생계획 승인 고강도 구조조정, 노선망 재편 통한 수지개선 박차…남은 숙제는?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7/06 15:50

[전창관의 방콕세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타이항공, 파산법인 회생계획 승인 고강도 구조조정, 노선망 재편 통한 수지개선 박차…남은 숙제는? 

태국인들의 "자랑스러운 태국의 날개 타이항공"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미소의 나라(Land of Smile) 타일랜드”로 가는 “부드러운 비단 길(Smooth as Silk)”로 불리우던 태국의 국영항공사이자 국책항공사인 타이항공인데 말이다. 필자가 직장생활 초년병이던 시절에 수출부서 동남아 담당자였기에 이나라 저나라를 외화벌이꾼으로 나다니면서 타던 시절엔 청결도와 기내식 그리고 탑승객 서비스 품질에 있어서 타이항공은 동남아는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 싱가폴 항공과 더불어 최고 수준의 항공사였다.

그때는 우리나라 국적기들이 외국인에게는 친절하면서도 같은 한국인들에게는 시큰둥하던 이상한(?) 시절이어서 동남아로 출장 갈때는 기를 쓰고 타이항공으로 티켓팅 해달라고 사내 입주 항공여행사에게 부탁하곤 할 정도였다. 그런데 90년대 말 IMF를 격으면서 타이항공은 태국 출발편 승객운임은 더 비싸면서도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열악해진 반면, ‘우리의(?) 날개 대한항공’의 서비스는 일취월장 개선되어졌다. 마치 자국민들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용해주는 호객(好客?)님이라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한 탓인지 엄청 친절해졌었다.


▲ 타이항공 파산 후 회생 진행과정 요약 / 이미지 : 필자

어쨌든, 그즈음부터 타이항공의 서비스는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점이 정확히 일치한다. 심지어 미혼시절 동남아로 출장 갈때면 가슴 설레이게 하던 타이항공 여승무원들의 미소와 미모(^^) 조차도 점점 취약(?)해지기가 그지없어지는가 싶었다. 그러던 타이항공이 마침내 작년 5월 코로나19가 세상을 강타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이는 항간에 이야기되듯, 절대로 코로나 사태에만 기인한 타이항공의 몰락은 아니었다. 무너져 내릴대로 내린 경영상태에 코로나 사태라는 트리거(방아쇠 장치) 격발 현상이 일어나자 마침내 파산을 선고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타이항공은 침체된 재정상태를 오래전부터 보여왔다. 2019년말 기준 총 부채액은 2,450억 바트(8조 8,225억 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행해진 비효율적인 경영이 2020년 본격화된 코로나사태 직격탄을 맞아 창립 60년 만에 파산한 것이다. 파산 직전의 자본대비 부채비율은 무려 5배에 육박한 상황이었다.


▲ 회생절차 이후,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타이항공 직원들의 모습 / 사진 : 타이항공 웹사이트

인구에 회자되던 항공기 구입 관련한 비리설, 금수저 출신 승무원들이 연휴철이면 부모와 함께 아몰랑 휴가놀이에 나서곤 하는 바람에 발생하는 항공기 이륙 스케쥴 직전 통고되는 금수저 승무원 결근 사태…그리고 이에 대비해 공항근처에 숙소를 정해놓고 대기하다가 잔업비를 벌기 위해 비상 대기조(?) 형태로 대타 근무 스탠바이 생활을 한다던 흙수저 출신 승무원들 이야기, 인도 국적기 보다는 그래도 훨 낫기하지만 다 낡아 바래진 기내 비품과 승무원 복장, 기내 재고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 조차 미파악된 상태에서 주문부터 받아들고는 이내 돌아와서 ‘재고없어 판매 불가’라고 말하기 비일비재하던 기내면세품 판매 승무원, 그리고 승객들이 탑승하고 이륙준비하는 와중에 기내 비상구 착석금지 표시 문앞 둔덕에 걸터 앉아 빵을 뜯어먹고 있어 나를 기겁케 하던 빛바랜 오키드색 유니폼의 여승무원 등등… 타이항공이 무너지는 전조는 벌써 여러해 전부터 있어왔다.  

타이항공이 발표한 2020년 5월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정부의 출자 비중이 큰 탓에 공군과 관료출신의 낙하산 인사 비중이 큰데다가, 정부가 작년 9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각종 기자재 조달에 있어 정치가와 관료들의 수뢰가 횡행한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퀵팩트셋 리서치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직원 1인당 매출도 타이항공이 인당 27만 달러인 반면, 미주와 유럽 그리고 일본계 항공사는 인당 30만 달러를 훨씬 상회하고, 심지어 똑같이 구조조정 여파에 허덕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가루다 항공사 조차도 인당 29만 달러에 달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한 결과랄까. 지난해 5월, 태국 파산법에 의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타이항공은 2020년 회계년도에 무려 1,411억 바트(약 5조 810억 원)의 적자를 발생시켜 채무초과 금액이 1,286억 바트(약 4조 6,309원)로 늘어났다.

이번에 법원이 승인한 회생계획은 5월9일에 열렸던 채권자 소집회의에서 총 부채액의 90%를 점유하는 채권단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후, 지난 15일 태국 중앙 파산법원이 이 사업회생 계획을 전격 승인했다. 파격적인 인력감축과 노선망 재편을 통한 구조조정을 이행해 나가며 채무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타이항공은 2019년 기준 약 3만명에 가까웠던 직원 수를 1만 5000명 수준으로 감축하며, 보유항공기도 기존 102대에서 85대 수준으로 감축해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 기내외 코로나19 방역에 철저를 기하고 있는 새 출발 타이항공 / 사진 : 타이항공 웹사이트

이런 맥락에서  7월부터 시행될 백신접종 외국인 여행객들을 통한 ‘푸껫 샌드박스 (격리된 특정공간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의 활동을 보장) 프로그램’ 등도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시금 집단감염사태가 늘어나고 일일 5천여 명을 오르내리는 확진자 수를 봐서는 상황이 그리 녹록치 만은 않다.

백신접종 확대와 방역체계 재수립으로 올해 3분기와 4분기에는 코비드19로부터의 어려운 상황이 점차 개선되어질 것이라는 여론도 있으나, 우선은 현재의 악화된 현금흐름 관련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애에서 총 500억 바트(약1조 8005억 원)의 추가자본 투입이 필요시된다. 이 과정을 극복해내면서 타이항공은 5개년 안에 회생계획 이행의무에서 벗어 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제, 태국의 국책 항공사인 타이항공이 파산한지 13개월만에 태국 중앙법원의 회생절차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재건 작업에 나섰다. 근원적 구조조정 외에 화물기 운송 이익과 수익성 좋은 노선에 집중하는 전략 등으로 2025년 흑자전환까지 목표로 삼고 재시동에 들어갔다.


▲ 15개 주요도시로 재취항 스케쥴을 확정한 타이항공 / 사진 : 타이항공 웹사이트

“자랑스런운 태국의 날개이자, 실크처럼 부드럽다”는 “미소의 나라 태국”의 항공사가 이제  다시 이륙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트여객기는 이륙 후 고도 3만피트까지는 무사히 상승해야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연비 경제성을 유지해가며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금 활주로를 박차며 이륙한 타이항공 역시 최소 3만피트 상공까지는 온 힘을 다해 치솟아 상승해야 순항고도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전 직원의 절반을 줄이고 보유기종의 70% 수준만 운용하는 고육지책을 펴며 또다시 이륙하는 '태국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태국의 날개, 타이항공'이 이번 사태를 겪으며 얼마나 환골탈태해 나가는지를 지켜보며, 다시금 ‘실크처럼 보드랍다’는 타이항공의 옛 명성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